나는 상담사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 p.95
주변 사람들에게는 터놓지 못한 이야기 중 하나가 나의 감정과 기분이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섣불리 희노애락을 말하기 조금 껄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상대방이 우울하거나 슬프다고 했을 때에 어떻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기에 섣불리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고태희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힘들 때마다 힘을 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제목부터가 공감이었다. 요즈음 들어서 하게 되는 생각들 중 하나가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할수록 우울의 늪으로 빠진다거나 자책을 많이 하게 되는 일이었다. 감정의 폭이 그렇게 넓거나 깊은 편이 아닌데 이런저런 어수선한 생각으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 보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총 다섯 편의 큰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떠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우울증이 찾아온 이야기, 병원에 찾아간 일, 우울의 원인, 우울증과 마주하게 된 것, 우울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이라고 읽혀 졌는데 저자는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던 중 회사 직원의 언행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퇴사했다고 한다. 정신과에서 2형 양극성 정동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과거 어렸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이야기와 우울을 비롯한 관련 증상에 대해 적은 글이다. 저자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동안 받았던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까지도 오롯이 와닿아서 읽는 내내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 역시도 겪었던 감정이기에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었으며, 한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점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트라우마 에피소드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의 추천으로 반장 선거에 나갔지만 낙선이 되었다. 바로 이어진 부반장 선거에도 추천을 받았으나 거절했는데 이후부터 선생님께서 저자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친구들이 가장 꺼려하는 자리에 저자를 앉히거나 체벌을 할 때에도 원인 제공자를 저자에게 돌려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이 어린 저자에게는 큰 상처이자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행동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유를 보고 나니 더욱 답답한 느낌이었다. 어릴 때 상처는 평생을 안고 간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본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조금은 깊게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점은 블리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외할머니 댁에서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외할머니 댁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큰 안정을 주었다는 내용인데 회복 탄력성과 함께 블리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책에서는 정여울 작가님의 말을 인용했는데 읽으면서 나의 블리스는 무엇일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거나 불안을 경감시켜 줄 공간이 없었던 것 같다. 블리스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의 생각은 깊은 공감이었다. 저자의 가정 환경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름 비슷하게 지내왔던 것 같다고 느껴졌다. 가족의 첫째로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나 어린 나이에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되는 부분이 그랬다. 또한, 아버지와의 불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나 역시도 청소년기를 넘어서부터 아버지와 종종 트러블이 있었다. 아버지와의 거리를 멀리하고자 고군분투했었던, 그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와닿았다. 성인이 된 지금은 아버지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현재 따로 나와 살고 있기에 크게 부딪힐 일이 없지만 말이다.
우울증에 대해 다룬 책이지만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책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적나라한 기록이기 때문에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현대 사람들이라면 피부로 와닿을 법한 내용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요즈음 시대에서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질병일 테니까 말이다.
기껏 이 책 한 권으로 저자의 인생을 보았기에 온전히 저자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보내고 있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또한, 한편으로 저자의 적나라한 고군분투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것 또한 큰 용기일 테니 감사하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이렇게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에 우울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뜻깊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고태희
지금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분들, 주위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는 분들, 내가 바닥인생이라고 느끼며 좌절하신 분들을 위해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진솔하게 담아낸 저자 고태희의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현대지성, 2022)를 소개한다.
날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 외로움의 늪에서 누가 나를 꺼내줄까? 하지만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꺼내주는 대신 보통 힘내라는 조언을 한다. “잘 될거야”,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어”, “다른 일을 해봐” 등등. 하지만 이런 어설픈 조언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남들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사람들.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단지 정신병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우울증 원인이 무엇이고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흔히들 오해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들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힘을 내지 못해서 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울증이 결코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병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어설픈 조언은 하지말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나 먹힐만한 조언은 환자들에게 힘이 나기는커녕 스스로를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더욱 무력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었다. 잘했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예상 밖의 말을 했다. “좀 쉬지, 왜 그랬어?” ... 가뜩이나 날이 서 있던 나는 그만 남편을 베어버렸다. 온갖 심한 말을 하며 남편에게 분노를 뿜어댔다. ”(p.64)
저자는 우울감에 빠지면 자존감이 낮아지며 자책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정상에서 벗어나는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자기가 쓸모없어졌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 우울에 빠지는 원인은 너무나 사소하지만, 이 나선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마치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쇠를 뚫듯 그 감정이 누적되어 한 사람을 망친다.”(p.73)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의 가장 큰 요인은 ‘부모와의 어긋난 관계’라 보았다. 특히 “부모가 심어준 과도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발병한다”고 한다. 저자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라고, 그것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가라고. 그것이 네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말한다.(p.109)
저자는 집 밖을 나갈 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약을 잊지 않고 삼키고 오후에 예기치 않게 나를 덮칠지도 모를 공황에 대비해 예비약 A를 지갑에 챙겼다.”(p.128) “우울증에 맞서는 법이 아닌 웅크리고 버티는 법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p.137)
저자는 우울증의 완전한 치유를 위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를 원한다. “마틴 켈러 교수가 우울증 치료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결과 80퍼센트 이상이 뚜렷한 호전 효과를 얻었고 재발률도 낮았다.”(p.209)
우리는 자라면서 인정받기를 원했고 인정받지 못해서 패배감을 느낄 때도 있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깊은 우울감에 빠져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조금씩 다 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나 혼자만 겪은 것이 아니니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모두를 응원하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모두가 우울감에서 벗어나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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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고태희지음★★★★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인간은 결코 성취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정여울추천
초라한 마음을 안고 사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프롤로그 힘내라는 말 대신 듣고 싶은 말
1장 우울증이라는 불청객
나는 살아남았다고 한다
지루한 일상을 구원해줄 키다리 아저씨를 따라서
가랑비에 옷 젖듯 우울이 내려앉다
블랙아웃으로 시작된 검고 푸른 항해
잘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하루 계획은커녕 노래 한 곡에 무너지는 나날
그저 무릎을 끌어안고 버티는 수밖에
2장 병원 문을 두드리다
내과에서 우울증이냐고 물었다
심리상담소에서 집과 나무, 사람을 그리다
첫 진료의 눈물 젖은 티슈 다섯 장
아빠에게 칭찬받고 싶었지만
익숙해지라는 송곳 같은 말
실은 네가 질려 할까 봐 두려워
생각보다 괜찮았던 우울증 커밍아웃
딱 맞는 의사를 찾아서
3장 우울의 수원을 찾아서
나보다 앞장서 걸어가는 사람
받아쓰기 80점에 울던 아이
주어가 내가 아닌 삶
부모님을 오해하고 미워했던 시간들
선생님,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도망치듯 기숙사 중학교로
할머니의 안방 냄새
서울대, 그래 드디어 서울대
하기 싫지만 해내야 했으니까
4장 우울증과 마주하기
다리 떨림, 구역감, 발진… 내가 겪은 약 부작용
자책과 자해는 손을 잡고 온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다
열네 알의 예비약을 모조리 삼켜버린 날
체중에 따라 내 자존감도 왔다갔다
5장 쓰러진 나를 힘껏 안아주기
다시 성을 쌓아 올릴 기회가 있다는 믿음
후회를 멈추는 법
엄마라는 어려운 숙제
운동은 남편을 웃게 한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야
부처님,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를 달래주는 고양이들
단발머리처럼 내 마음도 경쾌해졌으면
p44
학업이든 진로든 내 인생의 결정권은 엄마에게 있었고 간혹 불만도 있었지만 그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서른이 되던 해 목표 지점에 도달한 나는 기지개를 켰다.
그렇게 삼십 대에 주어진 미션을 허들 경기 선수처럼 하나하나 넘어 달리며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p45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별한 고민도 없었다.
p49
의욕과 자신감을 넘어 오만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어떤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리하여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p57
나의 취약성은 인정에 대한 욕구가 튼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았다. 항상 칭찬받고 싶었고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면 참을 수 없었다.
p65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며 힘을 내라고 했다. 그 말이 제일 힘들었다. 생각이 내 맘대로 흘러간다면 내가 우울증 환자가 아닐 텐데 말이다. 힘을 낼 수 있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을 텐데 저렇게 말하는 남편이 너무 서운했다.
p67
곁에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에게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심정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p79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고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실패를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다.
p94
상담사는 내가 인정에 대한 욕구가 높다고 했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쌓여 왔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업무 스트레스가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p109
자식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괴로움을 느낄 때 우울중이 발생하기 쉬우며, 특히 부모가 심어준 과도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발명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p117
독일의 정신과 의사 만프레드 뤼츠는 우울증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우울증만이 아니며, 선의의충고로 우울증을 참을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정상인’들도 포함된다고 한다.
어쭙잖은 위로는 더더욱 금물이다.
p162
난 항상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만족의 기준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평판이었고 그것들이 있어야 안심했다.
p177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이유는 나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이 불행은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부모는 자녀에게 재능이나 장점만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방식,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까지 물려준다.
p251
시시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분노와 후회, 그리고 불안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이 책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일생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작가의 매일을 고스란히 느끼며 어쩌면 내가 작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어느새 빙의되어 있다. 어느 부분에서는 콧끝이 찡해지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무릎을 탁 치게 했다.
어쩌면 누구나 말하지 못하지만 우울증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자살이라는 끔찍한 단어를 한 번쯤 떠올려 봤지만 애써 아닌척 하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라 그렇게 쓰여있지 않아도 담담하게 위로를 준다. 어쩌면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살아내자 힘을 내어보자 견뎌보자 그렇게 마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불청객으로 찾아온 이 우울증은 어쩌면 그동안 남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성을 모두 없애고, 나만의 행복으로 다시 성을 쌓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나는 나와 같은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을 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대신 행복하자고 말하고 싶다.
#초라한 마음을 안고 사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
#보통의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힘내"라는 말을 통해 응원을 한다. 그런데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는 응원의 말을 듣는 것 만큼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우울증'에 대해 많이 알려진 요즘에도 여전히 우울증을 의지에 관한 문제로 생각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른 것으로 힘을 내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힘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여전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책은 우울증 극복기가 아닌, 우울증 공존기라고 소개한다. 저자의 우울의 원인인 과거, 불안의 원인인 미래, 그리고 현재의 삶을 들여다보며 초라한 마음을 안고 사는 독자들에게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과 행복하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리고 우울증 환자라면, 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우울증 환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꼭 추천하고 싶다. 우울증 환자라면 이 책을 읽고 우울증을 안고 조금씩 행복을 향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우울증 환자라면 이 책을 읽고 그 소중한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읽을 책 없나 전자도서관을 뒤지던 중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이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사실 '힘내'라는 말을 듣고 진짜 힘이 났던 적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차 조심하라고 하는 잔소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들 하기 싫어서 안 할까.
저자는 이러한 말이 진짜 싫을 수밖에 없었던 우울증 환자다.
정확한 병명은 '2형 양극성 정동장애'로 흔히 조울증이라 불리는데 우울증이 더 깊어진 단계라 보면 된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병을 완치한 경험이 아닌 지금도 생생하게 겪고 있는 우울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도 몇 년 전 우울증으로 친동생을 잃은 유가족인지라 관심이 갔다.
읽고 나서 어쩌면 생전의 그 녀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사실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로랍시고 해봐도 도리어 화를 내기 일쑤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소외감 느끼는 것 같고..
저자 역시 같은 경험을 한 모양이다.
이런 말들은 그 의도와 다르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깊은 상처를 남긴다.
조언을 실천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의지가 생기는 것은 일상생활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증상이 호전된 후의 이야기다.
어떤 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저자는 그저 곁에 있어주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말이야 쉽지 사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늘 같이 붙어 있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친구라면 더욱이 곁에 있어주겠다는 말 자체가 위선으로 들리기 쉽다.
저자 역시 남편이 해외 출장이 잦은 케이스여서 걱정되지만 병세를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과의 마찰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에게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심정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병을 극복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꽤 들겠지만 당신 곁에 붙어 있겠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나에겐 가장 큰 위로였다.
기간이 길지 않다면 그럭저럭 위로하며 지나갈 수 있겠지만 병세가 쉽게 좋아지지 않고 장기화되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지치게 마련이다.
솔직히 '그럼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내 동생 역시 중학생일 때부터 우울증이 있었으니 근 15년을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간 케이스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적잖이 피로감이 있었던 것 같다.
홀로 부산에 내려가겠다며 가족들을 떠나서 살았으니 강제로 병원을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큰 성인을 억지로 부모님 계신 곳으로 끌고 올 수도 없었다.
정신적인 문제이니 병을 불러오는 원인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로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살아왔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겪은 왕따 경험, 가스라이팅 고수였던 전 직장 대표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나는 소속되고 싶다'에서 피플 플리저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정신 질환을 앓기 쉽다고 했었다.
저자 역시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타인의 기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하게 좌절하는 등 전형적인 피플 플리저의 모습이 책 곳곳에 보이는데 이것이 발병에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 동생 역시 '독립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특정 나이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주입받고 자라서 그런지 나이 먹고 부모님한테 신세를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었다.
(그래봐야 떠날 때 당시 나이가 서른이었으니 사실 좀 더 기대도 될 나이긴 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옳은 교육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항상 너의 뒤에 있을 테니 언제까지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살려무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나는 동생에 비하면 매우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서 동생이 겪은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나도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하간 저자의 병세도 현재진행형이니만큼 책에 뭔가 끝맺음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우울증을 겪는 환자의 사고와 행동이 어떤 형태를 보일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책이라 보면 되겠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저자를 보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
증세가 꽤 호전된 후에 쓴 글이겠지만 아래와 같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물론 저자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호의를 곡해해서는 안 된다.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작은 격려라도 건네받았다면 그들의 호의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기분을 망칠 각오를 하고 곁에 온 그들의 용기를 이해해야 한다. - 중략 -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울증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
어째 신년부터 정신질환 관련 책을 연달아 읽은 셈이 되었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을 잃은 후 환자가 쓴 책을 읽으니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 스스로가 자살자 유족으로서 우울함에 빠져들지 않고 있는지 스스로 체크해 보기 위함이었다.
읽으면서 저자보다는 저자의 남편에게 더 감정이입이 잘 되는 걸 보니 다행히 난 우울증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모양이다.
책을 끝까지 놓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라도 하면 생전의 그 녀석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이 책을 녀석이 죽기 전에 읽었다면 나는 조금 더 따뜻하게 녀석을 대할 수 있었을까.
설령 나에게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15년간 녀석의 들쑥날쑥한 병세에 지쳐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어차피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 이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책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저자는 이런 상실감을 남겨두고 떠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우리는 주변에 힘든 사람들에게
상황을 해결을 위한 방법 제시와 힘내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데
상황에 따라 이는 정답이 될 수 없고
힘든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전달하는 무책임한 소리될 수 있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저자에게
남편과 주변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과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달하나,
저자에게는 부담감과 더 상황을 힘들게 할 뿐이였다.
본인이 아닌 이상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기에
그 상황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선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설령 그 상황을 겪어봤다고 한들 본인이 아닌 이상 그만큼 이해할 수 없기에
방법 제시와 응원과 격려의 힘내라는 말은
무책임한 소리로 들리게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위로와 격려보다는 그 심정을 알아주고
특별한 말보다는 아무말이 없더라고 안아주고
끝까지 옆에 있어 주기를 원했고
이러한 방법들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힘든 사람에게
과거의 나는 어떠했고 현재의 나는 어떠하며
미래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저자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과연 저자의 요구대로 내가 할 수 있을지를
왜냐면 나 또한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힘을낼수 없는데 힘을내라니 ]
이미 책 제목만으로 위로를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인간관계를 맺어가는데
생각보다 많이 듣는 말이 있다.
"힘내"
때로는 응원의 말이되기도 하고,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이 되기도 하는 그말.
사회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의미가 무미건조해지고 있는듯한 그런말.
"힘을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여울작가님의 추천책이기도 하기에
스스럼 없이 잡아들었다.
의식적으로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잔잔한 고요의 밤에 읽고 싶은 책이었다.
하루종일 지쳐버린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책같은 그런 ..
삶의 모든 상황에 반복되는 많은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모든게 언제나 새롭게 상처로 다가오고
모든게 여전히 슬픔이 되어 우울해진다.
힘내라는 말 대신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일까.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하루 속에 우리의 삶은 얼마나 지쳐있는지.
그것조차 무뎌지고 있는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잔잔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괜찮아"
"힘내지않아도 괜찮아"
힘찬 응원의 말 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듣고 싶은 삶인것 같다.
삶의 소용돌이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듯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글은 상품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