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다 보면 심심찮게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곁눈질하게 된다. 젊은 층일수록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특이한 것은 누구 할 것 없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러나 의외로 이 책의 저자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견한 ‘빨리 감는’ 콘텐츠 시청 습관은 크게 눈이 뜨이지 않는다. 실제 20대 초반의 자녀들에게 n배속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느냐 물었더니 도리어 왜 그래야 하냐 되물으며 자신들은 강의 동영상 이외에는 정주행을 선호한다고 답한다.
일단은 약간의 낭패감부터 맛본다. 젊은 층이라고 해서 모두가 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인 저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일본에서는 매우 일반화된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저자는 매우 다양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영상 플랫폼에서 기술적으로 빨리 감기 기능이 제공되기에 가능해 졌고,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일일이 감상할 여유가 없으며, 정액제로 구독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관행이며, 마음에 드는 강렬한 장면만을 모아 보는 게 피곤한 감정 읽기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집중력 없이 대충 보았다 하더라도 한 번 더 보면 그만이고, 영상을 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 싶다는 자극을 충족하면 또 그만이다. 이들 소비층은 특정 감독이나 작가의 팬이라기보다는 작품의 내용에만 치중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누구’의 작품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는 정석적인 접근법 보다는 잘못 해석하는 것조차도 관객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개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기기가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어 그 편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불가능한 일이 손에 꼽힌다. 음식 주문이나 식당 예약부터 항공기 이용과 여권 발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소불위다. 모든 것이 편리하니 굳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필요성마저 무뎌진다. 깊고 좁은 전문성에서 넓고 얕은 대중성으로 시대의 척도가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적 소비 성향은 ‘리퀴드 소비’로 지칭되며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소비되는 기간이 짧고 다음 소비로 금방 ‘이동’하며 둘째, 액세스 베이스로 대여나 공유처럼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며 셋째, 같은 정도의 기능을 얻는다면 물질을 덜 소비한다.
각각의 특징에 대하여 아마도 저자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잘 발견해 낸 듯한데, 과연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세계적인 사조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 경우와 일치한다는 법은 없을 테지만, 어쨌든 ‘빨리 감기’라는 추세의 핵심은 매우 잘 짚어내고 있다. 예컨대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소비하는 추세는 분명히 인정할 만하지만, 타인과의 대화에 끼기 위하여 시간을 아껴 시험공부 하듯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상물 시청을 빨리 감고 건너뛰는 습관이 현대사회에 나타난 이유로 영상 작품의 과다 공급, 바쁜 현대인의 시간 가성비 지향성, 모든 것을 대사로 설명해주는 영상 작품의 증가를 들고 있다. 또한, 원인의 배경으로는 영상 공급 미디어의 다양화 및 증가, SNS로 공감을 강요당하고 개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얕은 감상이 많아지면서 알기 쉬운 것이 추구되는 흐름을 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일찍이 200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 서서히 기술적 토양이 준비되어 온 셈이다.
저자가 ‘콘텐츠를 시청하는 습관’을 주제로 최근 인류의 생활 양상에 변화를 가져온 원인을 날카롭게 파헤친 데 대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한편, 이는 단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해 주었으면 싶은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비록 대동소이한 결과가 예측되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일본과 달리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지도 않고 개인의 취향을 쉽게 무시하지도 않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시간 가성비를 정의로 받아들이는 Z세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집콕을 혹은 강제 비대면 생활을 할 때에도 나는 OTT서비스나 온라인 영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였다. 그러나 3년이란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며 어느새 나도 넷*릭스, 티*, *즈니 라는 3개의 OTT서비스에 월정액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인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란 제목에서 나도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변했을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펼쳤다. 아니 정확하게 책도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p.104 습관이 쌓여 교양이 되고 이해력이 된다. 추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몬드리안의 작품을 갑자기 접하게 된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전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음향 사고도 아닌데 음악도 흐리지 않고 대사 한 줄 나오지 않을 때 화면 속 여기저기를 더 들여다 보거나 혹은 배우의 얼굴이나 눈빛에 집중을 하던 내가 이제는 침묵도 견디지 않고, 혹은 주변 설명의 장면을 5초 건너뛰기 하는 나를 보면서 참을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고 기다림이란 단어도 잊어버린 듯 하였다. 마스크로 덮어 버린 얼굴에서 우리는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점에 나는 과연 상대방의 침묵 앞에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일까? 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멍해지는 순간이였다.
p.68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습관이 있는 청년들에게 그렇게 시간이 아까우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빨리 감기를 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관은 작품을 볼 때마다 돈을 지불하니까 빨리 감기를 하면 아까워요. 하지만 넷*릭스에서는 월정액 요금을 내니까 크게 상관없죠." |
2. 최근 OTT서비스의 8부작 드라마나 영화 한편을 30분만에 끝내버린 나는 '아*타'라는 3시간 15분 런닝타임의 영화를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과연 극장에 앉은 내가 빨리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물론 기우였다. 3시간이 훌쩍 지나서도 아직 더 볼 수 있는데~ 너무 꽉찬 시간들이고 극장이 아니고선 이런 영상을 보기 어렵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이후 어떤 작품을 어떤 장소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느냐가 나의 빨리감기를 결정한다고~! ![]() |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바구니에 다양한 책들이 있었지만 가장 나중에 담은 이 책이 너무 궁금해서 제일 먼저 읽어보았다.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땐 단순히 흥미요소만 넣어 놓고 알맹이는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굉장히 유익하고 내용이 알찼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이유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 나아가 지금의 사회 현상과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세대의 이야기까지 잘 담겨 있어서 공감과 깨달음을 얻으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훈수 두는 내용 없이 분석한 사실만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방식이 내가 한 번 더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생각의 길을 열어 둔 것 같아서 더욱 좋았다.
처음에는 나처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 하고 가볍게 펼쳤던 책이었는데 지금은 꼰대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널리 알리고 싶은 책이 되었다. 요즘 애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저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편인데, 이 방법은 영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합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나 배경음악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볼거리가 많은 영화나 장편 영화를 보는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빨리 감기로 보면 편리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등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 시간을 대충 계산하고 보는 편인데, 이렇게 보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스토리 플롯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합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이 의도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촬영 기법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간을 내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모임을 준비하면서 기록한 생각중 일부입니다..
■ 과도한 정보의 홍수
■ 사람들이 뒤쳐지지 않으려는 이유?
■ 후발주자로서 모임이나 그룹에 합류한 상태라서 많은 정보를 취합하려하기에 그런것 아닌가?
-> 개인적으로 친구들이 알려주는 취미에 입문하려하면 이런 상황이 자주 나왔다.
-> 이미 나와있는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려고 배속으로 정보를 취합했다
■ 사실 빨리감기는 속독과 같은 게 아닐까?
■ 비교적 저렴한 구독 OTT로 옮겨간 것과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게 된 결과 아닐까
■ 무분별한 영상의 홍수 속에서 영화평론의 권위와 가치는 없어지고 영화사이트의 영화평가 한줄이나 다름없어짐
■ 최근에는 부기영화, 백수골방,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라이나의 컬쳐쇼크 같이 사람들이 놓치던 영상미, 숨은의미, 색다른 관점이나 해설 정도가 아니면 권위가 없어지고 있다.
■ 빨리감기 시청습관이든 사람은 정속 재생은 답답하다고 말하면서 1.5배속~2배속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 젊은층에게 TV보다는 동영상 매체가 더 친숙하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없이 밀도 있는 정보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
그러다보니 대사 없이 긴 침묵을 참지 못 한다.
스마트폰으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이 가까워지기는 커녕 서로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서 타인과 대화하려면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내야하고 그러려면 더 다양한 정보가 있어야 좋다보니
빠르게 영상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별 현상으로 바라보면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책을 속독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관점이라는 생각을해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소위 MZ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컨텐츠를 2배, 3배로 본다고 한다.
나도 MZ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논리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거면 왜 보지? 하던 찰나에 만나게된 책이다.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누군가의 글이었는데 '2배속으로 영화 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 이라는 문구에 솔깃했다. 그리곤 북클러버 책으로 만났을 땐 그 어떤 책보다 반가운 책이었던 것 같다.
가장 신기했던 건 국내 작가가 아니라는 점.
가까운 나라라서 그런지 일본과 우리나라는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을 수 있었다.
' 대화에 끼기 위해 인기 있는 컨텐츠를 본다'
정말 공감가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나의 어린 시절때 까지만해도 TV 드라마나 예능이 친구들의 관심사고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TV를 보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넷플릭스의 컨텐츠가 대화의 주제가 되는 일이 너무 빈번해졌다. 나에게 '오징어 게임'이 그러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시리즈라 안보고 있었는데 회사 동료들의 대화에 끼지를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시리즈는 재밌었지만 그건 내 의지대로 본 컨텐츠는 아니었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든 컨텐츠에 쏟을 수는 없고 대화에는 껴야하니 훑는 듯 보는 사람들이 늘었나 보다.
책을 읽고 이런 사람들이 이해가고 심지어 많이 공감됐지만 아직 나에겐 보수적인 영역이고 가고싶지 않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면에는 '이 책은 단지 콘텐츠에 관한 책이 아니다.'라고 쓰여있다. 읽다보면 정말 그렇다. 처음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감고 건너 뛰며 보는, 겉으로 관찰되는 행위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자주, 왜 그 기능을 사용하는지. 그런데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은 감상자이자 소비자인 대중들이 그런 기능을 애용하게끔 하는 어떠한 심리적인 이유까지 노출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심리적인 이유,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내적 욕구가 자리하게 된 사회적 문화적 차원의 구조적 특징까지 탐구해 들어간다. 이런 논지의 흐름이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목소리, 저자의 친절한 비유, 인포그래픽 등의 효과에 힘입어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 점이 좋았다.
제목만 봤을 때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인터뷰이들의 반응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기본적으로 비판적으로 느껴져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빨리감기와 건너뛰며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려는 목적인건가? 하지만 감상자이자 소비자의 내적 욕구를 본격적으로 탐구해 들어가는 3장부터는 서술의 뉘앙스가 달라짐을 느꼈다. 여기서부터가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들이 담겨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창작자이자 생산자인 이들의 입장에서 콘텐츠 시장의 전망을 모색하는 마지막 5장에서는 비로소 이러한 시청습관은 결코 비난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재이자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여하튼 나도 빨리감기과 건너뛰는 습관에서 자유롭지 않은 소비자로서 영화를 빨리 보는 시청습관에 대한 태도를 균형적으로 다루어주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화두가 있었다. 이건 내 나름대로의 답을 내보려 애쓴 질문이기도 했다. 바로 영화는 감상의 대상인지 소비의 대상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영화는 보통 '예술'로 정의되니까 '감상'해야 하는 대상으로서 빨리 감기는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막연한 불쾌함이 있었는데, 책의 말미에서는 이 또한 문명의 진화를 증거하는 하나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고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단위시간 당 정보처리 능력은 향상됨을 보여주는 것. 빨리감고 건너뜀으로써 특정 능력이 퇴화됐다면 그만큼 다른 능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새로운 통찰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예술이라는 명제가 내포하는 어떤 불가침의 신성성...? 이랄까.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나는 앞으로의 영화가 더 짧아지고 설명이 친절해진다 한들 빨리감고 건너뛰며 보기는 글렀다. 그렇다고 나와 달리 신속하게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을 만난다한들 그런 시청습관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각자가 영화를 향유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달라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나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이상, 그 속에서 느끼는 애환(?)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만으로 묘하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도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고, 그 속도에 보조를 맞추려 효율과 가성비를 좇고, 개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 넘어 집착함으로써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이런 명백한 씁쓸함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영화를 빨리감아 보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따져보자는 책이 아니다. 왜 빨리 감아 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논의를 다루는 책이다. 정말 책의 뒷면에 쓰인 대로 이건 단지 콘텐츠에 대해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영화 혹은 드라마, 애니같은 영상들을 빨리감기로 보는 문화가 늘어난 현재의 사회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영상작품들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보여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빨리감기로 보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은 없다. 필요에 의해서 빨리감기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수집이 목적인 영상이나 빠르게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면 되는 영상들 정도?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성향상 천천히 그 콘텐츠를 이해하면서 보는걸 좋아해서 웬만하면 빨리감기로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 내 취향과 딱 맞는 작품은 날 잡고 정주행하는게 좋다. OTT서비스가 늘어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작품을 끊김없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볼 수 있는 기능에도 장점은 있는데, 원래라면 보지 않았을 작품들을 빨리감기로 대략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보다가 의외로 재밌는 작품이 있는 경우도 있다.
볼 작품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한 작품 한 작품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는건 단점이다. 어릴 땐 비디오 한 편 빌려서 3일 후에 반납할 때까지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재밌게 봤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은 디븨디로 소장해놓고 가끔식 보기도 하고. 그건 사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디븨디로 출시되지 않는게 많아서 아쉽다.
암튼 책은 어렵지 않고 쉽게 나와서 휘리릭 읽기 좋다. 여러가지 문화와 관련된 내용도 나오고 책 읽고 대화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