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기억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을 정리해줄 수 있는 ‘기억술사’가 있다면? 머리를 만지면, 그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는 ‘기억술사’ 선오. 그는 그 능력으로 ‘므네모스 상담소’를 열었다. 선오의 사무실을 찾아오는 고객은 다양했다.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고 싶은 사람부터, 치매 진단을 받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사람까지……. 모두가 사라지는 기억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도서관에서 선오는 머릿속이 복잡하여 무엇부터 생각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흐트러진 기억을 정리했다. 그곳은 책 대부분이 뒤죽박죽 섞여 있거나 제멋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기에, 차례대로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기억은 조금씩 돌아왔다. 어느 날, 선호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희주의 기억 도서관을 들여다보다가 기억을 망가뜨리는 존재인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이의 머릿속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희주는 언젠가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예전의 일들을 기억할 일이 거의 없었다.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에 가서 쉬기 바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기 바빴다. 희주는 마치 예전 기억들이 예쁜 액세서리 같다고 생각했다. 자주 사용하다가도 잃어버리게 되면 조금 아쉬워할 뿐 다른 예쁜 액세서리에 눈을 돌리는 것처럼, 이전의 기억들이 그 순간 중요했을지라도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다른 새로운 기억에 눈을 돌릴 뿐이다. 하지만 희주는 어느 날부터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 뭉텅이 채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제만 해도 생생했던 기억이 오늘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낯선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희주는 치료를 위한 수소문 끝에 ‘므네모스 상담소’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선호를 만나게 된다. “선오는 커다란 도서관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도서관은 유난히 커 보였다. 꼼꼼한 그녀의 성격을 반영하듯 커다란 도서관 책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사각사각 사각사각.’천천히 소리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선오는 드디어 ‘무엇’과 마주했다. ‘무엇’은 희주의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차례대로 먹어 치우고 있는 것 같았다. 선오는 ‘무엇’이 희주의 오래된 기억부터 차례대로 책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접혀 있는 페이지를 제대로 펴고, 구겨진 종이들을 반듯하게 정리했다. 이미 찢어진 종이들을 다시 붙일 수는 없었지만 꾸겨진 페이지들을 최대한 펴서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돕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책 속에서”선호는 희주의 머릿속에 있는 ‘무엇’이 왜 생겨났는지, 그녀의 기억을 찾다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어린 시절 친구, 선생님, 부모님을 만나며 실마리를 찾아가던 중, 희주가 잊으려고 했던 것들을 찾게 되고 머릿속의 ‘무엇’에 맞서 그녀의 기억을 되찾는 것을 돕는다.이 책 《기억술사: 므네모스의 책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을 소재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기억술사’ 선오와 어느샌가 기억을 잃어가는 희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