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작은 불빛이 되어줄 심플의 미학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맞았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외부와 단절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존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두가 사회 활동으로 바쁘던 예전에는 자신의 삶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지금,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재정립하고, 자신의 공간을 가꾸면서 내면을 돌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물건과 욕망으로 가득 찬 삶에 지친 사람들에겐 아이러니하게도 강제로 주어진 시간과 공간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스트, 소확행 등의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버리기 열풍에 휩싸였다. 소소함, 담백함, 간결함.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과연 버린다고 삶은 달라질까? 버리고, 정리하고 적게 소유하는 것만으로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 또한 이전엔 복잡한 삶을 살았다. 나름의 소중한 물건들로 집을 가득 채웠고, 온갖 욕망으로 채운 마음에는 여유가 들어올 작은 틈 하나 없었다. 그러나 슬럼프로 지새우던 어느 어두운 밤에 떠올린 심플은 저자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가치가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정리 방법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왜 심플해지기로 결심했는지, 그로 인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와 같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출발해 결국 심플을 삶의 자세로 선택한 이들을 위한 생활 밀착형 꿀팁을 전수한다. 투박해서 더 진실하고, 사소해서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다.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오래전 저자는 게임 중독에 빠졌었다. 처음엔 수면 시간이 조금 늦춰지는 정도의 작은 애로사항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게 됐다.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환청과 이명이 들릴 정도로 스스로를 방치하던 저자는 가까스로 중독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는 이를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서 내렸다’고 표현한다. 사람을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은 게임뿐만이 아니다. 음식, 쇼핑, 술, 드라마 등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은 다양하다. 욕망에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대항할 지원군이 필요하다. 무장된 군사처럼 욕망에 맞서 싸울 마지막 카드이자 필살기는 바로 ‘심플’이다.
저자가 심플을 자신의 무기로 고른 이유는 “심플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계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낼수록 나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플의 최종 목적은 버림에서 나아가 채움에까지 이르는 삶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으로만 내 삶을 채울 수 있다면, 과하고 불필요한 욕망에 휘둘릴 일은 없을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누구나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고 있다. 어떤 적이 와도 무찌를 수 있는, 남들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특기 말이다. 『심플왕』은 누구나 이와 같은 필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또 만들어야 한다고 격려한다.
심플한 삶에서 찾은 다정 한 조각
이 책 곳곳에는 다정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옛 연인을 돕고 싶은 다정한 마음이 있었기에 저자는 심플한 삶의 필요성을 자각할 수 있었다. 추억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에 깃든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길 줄 아는 다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플은 단순히 버리고 정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는 다정한 대상이다.
역대 최악의 팬데믹을 겪는 동안 사람들은 일상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와의 만남, 퇴근 후 포장마차에서 동료들과 즐거운 한 잔, 가족들과 함께하는 나들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그러나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진 지금, 사람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 소유와 소비를 줄이면서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심플을 통해 치유 받는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저자는 마음에도 작동 원리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길들이기 위해선, 행동이라는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꾸준함이 마음에 살길을 내준다고 말이다.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꾸준함, 이를 잊지 않는 성실함이 어찌 다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심플하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왜 내가 심플해지기로 결심했는지, 그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종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만의 몸부림은 아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혹은 지금도 하고 있을 당신을 위한 지지의 글이다." 많이 취하고 누릴 것을 강조하는 사회에 염증이 났다면, 이 책과 함께 삶을 새로이 바라볼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