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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8일 리뷰 총점 9.1 (4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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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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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번에도 내가 먼저 기다릴게. 혹시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그때는 오빠라고 부를게. 그때까지만 우리 헤어지자.”

사랑에 서툰 남자 수일(소방관)과 애리는 헤어지고 난 후 3년 뒤, 맞선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수일과 그런 그에게 서운함만 생기는 애리는 오해가 쌓이며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이한다. 결국, 반복된 기다림에 지친 애리는 수일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데.
불길이 타오르는 화재 현장 속. 수일은 지하철에 갇힌 그녀에게 연락을 받고 필사적으로 구출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지독한 유독가스가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그들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를 더 가슴 아프게 만든다.

《지금, 너에게 간다》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소방관의 삶과 기다림이 일상이 된 그의 애인 애리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용서와 치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현에 서툴러 서로에게 미안한 이들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죽음의 순간 비로소 용기 내어 전하지만….
작가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을 선사하며 사고 현장에 있는 듯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릿해진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하여 쓰인 이 소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들의 헌신을 둘러보는 계기 또한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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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장. 지하철 재건 계획
2장. 재회
3장. 그녀와의 첫 만남
4장. 트라우마
5장. 귀로
6장. 수선화
7장. 동료의 죽음
8장. 대송역 화재 사건
9장. 지금, 너에게 간다
에필로그

출판사 리뷰


“수일아! 야, 김수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뚜렷하게 들려왔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분명 날 찾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마지막 통화 내용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행복했어.’
그녀와의 통화는 그렇게 끊어져 버렸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분명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발끝부터 차오른 공포와 절규가 날 덮쳐왔다. 감정을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버티는 것뿐. 단지 그뿐이었다.
“수일아! 수일아!”
또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그 사람 옆에 그녀도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릿하던 내 시야는 어느새 맑아져 주변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 밖 상공은 검게 변해있었고 그 아래, 하늘 높게 솟아오른 고층 건물들은 연기에 가려져 있었다. 긴장에 굳어버린 내 몸뚱이가 이젠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내 어깨에 날개가 있나 싶었다.
‘아니면 나… 혹시 죽었나? 사고? 아니면 자살? 그래도 결혼은 하고 죽었어야 했는데. 이번 생은 별수 없구나.’
이 와중에 혼자 속으로 지껄였지만 어이가 없었다. 곧 몰려오는 죽음 앞에서도 이런 실없는 농담이나 지껄이다니, 오랫동안 태현이 놈이랑 같이 있어 나도 변했나 싶었다. 나도 이제 그 녀석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날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나처럼 수년째 악몽에 시달리면서 살아본다면 날 이해해 주지 않을까?’

나는 언젠가부터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며 살고 있었다. 어떨 땐 영혼들까지 보였다. 그들은 내 앞에서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며 하소연을 하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편치 않다. 이들은 내가 사건 현장에서 미처 구하지 못한 망자들이었다. 교통사고에 화재, 자살, 추락사, 고독사까지…,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죽은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에 평상시에도 종종 지난 사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이들의 형상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건, 바로 냄새다. 아무리 익숙해져 보려고 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격한 냄새.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다. 시체 타는 냄새와 썩은 냄새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다.
나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기 싫었다. 그래서 TV에 출연하는 명의로 소문난 의사에게 찾아가 보기도 하였다. 그곳에서 심리 검사와 상담을 받은 나는 의사의 물음에 답하였다.
“직업이 소방관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들어보셨겠군요.”
“네, 들어봤습니다. 제 주변 동료 중에도 여럿 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기억이 계속 남아 있게 되면 불안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긴 상담을 마치고 나온 나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선택했다. 처방받은 약을 타기 위해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의 약사에게 처방전을 건네주었고 처방 약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 프롤로그


수일은 그동안 약속된 날마다 비상 출동을 하거나 현장 업무로 퇴근이 지연되어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펑크를 냈다. 지지리 복이 없게도, 비번인 날에도 화재로 출동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대체 근무를 서게 되었다. 그래도 포기를 모르는 그이기에 오늘만큼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예약을 잡아놨었다. 소방서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뛰어가면 금방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달렸다.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렸다. 그의 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흘리는 땀을 닦아가며 달리다 보니 레스토랑이 보였고, 그제야 수일은 뛰는 속도를 줄이며 거친 숨을 뱉어냈다. 바짝 말라버린 입술에는 침을 발랐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18시 50분. 약속한 시각보다 20분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수일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담당 직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가 쪽에 있던 담당 직원이 손을 흔들어 위치를 알려주었다. 수일은 얼른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맞선 상대의 얼굴이 궁금해 고개를 숙이기까지 하며 보려고 했다. 알아서 잘 소개해주겠다는 담당 직원의 말에 그녀의 사진도 받아보지 못하고 약속 장소로 온 것이었다.
그녀는 하얀 폴로 티와 하늘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치마를 입은 투피스 차림이었고, 살짝 웨이브 있는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가슴 근처까지 내려가 있어 청순해 보였다. 마치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의 손예진이 연상될 정도로 청순하고 기품 또한 넘쳐 보였다. 담당 직원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그에게 달려와 손목을 잡아끌고, 본인이 앉아있던 자리에 수일을 앉혀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전화는 왜 그리 안 받고.”
담당 직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등짝을 세게 때렸다. 수일은 따가운 나머지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졌지만, 자신이 늦게 온 죄인이기에 고개 숙이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담당 직원은 웃고 넘기려는 듯 보였지만 그녀는 딱히 반응이 없었다. 수일은 그녀가 도도하다 생각했다. 사람이 사과를 하면 받아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녀에게 따지듯 목소리가 변했다.
“이봐요, 늦은 건 정말 미안한데요. 그래도 사람이 사과를 하면 들은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언성이 올라가자 창가만 보던 그녀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 혹시…?”
그녀는 수일의 얼굴을 보고 무척 당황했다.
“애리?”
“김수일?”
그녀와 수일은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연인 관계였다. 말다툼을 끝으로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흔히 말하는 성격 차이로 말이다. 그렇게 서로 잊어갈 즈음인 지금, 다시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2장. 재회


그때, 택시를 기다리는 이들의 주변에 있던 유기견으로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차로를 건너려고 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화물차가 점점 강아지와 가까워졌다. 화물차 기사는 길이 어두운 탓에 강아지를 늦게 발견했는지 뒤늦게 경적을 울리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어 강아지를 치고 말았다. 화물차 기사가 당황한 기색으로 차에서 내려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강아지는 숨을 헐떡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화물차 기사는 더러운 걸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래침을 바닥에 “퉤.” 하고 뱉었다.
“아, 나 원 참, 재수가 없으려니….”
그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 도망치듯 ‘쌩’ 하고 사라졌다. 애리는 얼른 화물차 기사를 잡으러 뛰어갔지만 이미 멀리 사라져 가는 화물차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죽어가는 강아지를 본 수일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고, 손과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귓가에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힘들어하는 수일을 본 애리는 걱정이 되는지 그에게 달려왔다.
“괜찮아? 혹시 아직도…야?”
“흐, 흐흐흑.”
수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신 차려봐. 대답해 봐. 어?”
수일의 몸이 점점 더 심하게 휘청거렸다. 애리가 그를 흔들며 불러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애리는 수일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그제야 수일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겨우 의식이 돌아와 상황 판단이 된 수일은 누워있는 강아지를 자신의 가슴에 품고는 어디론가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수일은 주변을 둘러보며 병원을 찾았다. 그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그의 눈에 들어가자, 따끔하여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멀리, 건물 1층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동물 병원 간판을 본 수일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의 모습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였다. 아직도 그의 귓가엔 환청이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 4장.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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