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비우고 취향은 채운다, 나만의 시그니처 라이프!
지속가능한 싱글 라이프의 길을 미니멀 라이프에서 찾다
몇 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웰빙 열풍’이 갖가지 오염에 노출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면, ‘미니멀 라이프’ 열풍은 정신 건강, 무엇보다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고 무조건 버리는 것에만 골몰하다 버리는 것 그 자체에 매몰되어 스트레스를 떠안는 일도 많다.
《오늘도 비움》은 정리법에 대한 스킬이나 살림살이의 지혜나 기쁨에 초점이 맞춰진 책은 아니다. 어째서 하루하루 비우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단순히 깔끔하고 공간이 넓어진 집을 보는 것, 지혜로운 살림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근본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무엇이 기준점이 되는지를 알아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우선 여성의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의생활, 화장 ? 헤어스타일 등에 대한 미용, 다이어트와 건강을 포함한 식생활이나 집을 가꾸는 구체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다루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술을 전하는 것이라기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곁에 남기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그것이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20대를 보낸 저자가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잃고 난 뒤 내린 결론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실체가 보이듯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하나씩 비워냄으로써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만 둘러싸여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역시 비워내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 즉, 행복에 가까워지는 일임을 발견했던 것이다.
비워낸다는 것은 ‘무소유’를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의 근원지일지도 모르는 불교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속세에 살고 수도자가 되려는 게 아닌 이상 꾸미고 멋내는 일에 무관심할 수는 없고, 그것 또한 분명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므로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물건을 비워낼수록 취향을 채운다는 ‘멋스러움’의 역설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기 때문에 내 취향이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거기서 우아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유행하는 무늬의 합성섬유 스카프 10장을 버리고 수십 년을 사용해도 촌스럽지 않은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남겨 내내 기분 좋게 활용한다는 논리며, 고가 브랜드의 신상품보다 언니에게 물려받은 질 좋은 귀걸이를 선호하고, 핫한 여행지에서 쇼핑하고 사진 찍기 바쁜 여행보다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에서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는 편을 택하는 자세다.
이것은 내가 진짜 행복하고 피로감 없이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물건의 개수보다는 의미를 소유하는 것을 중시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철학에서 온다.
시중에 나온 책 대다수가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의 입장에서 쓰인 반면, 이 책은 싱글인 저자가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싱글 라이프의 길을 미니멀 라이프에서 찾고 있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살림이나 가족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기에 미혼이든 기혼이든 비혼이든 여성이라면 누구나 금세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게다가 누구보다 쇼핑을 즐기고 물건의 개수에 집착했던 저자이기에 보다 가까운 정서로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지금 나의 옷장은 옷과 옷 사이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옷들이 한눈에 보인다.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처럼 블랙 터틀넥과 청바지만 입는 것도 아니고,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처럼 갈아입을 옷을 얻기 위해 세탁기 옆에서 종종 거리지도 않는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입고 멋을 부리고 다닌다. 그렇게 의생활이 단순해졌다. _<원목 옷걸이 50개> 중
내가 진한 눈화장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눈화장은 하는 것도 힘들고 지우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화장을 했을 때 예뻐 보이느냐가 문제인데, 스스로도 그냥 ‘눈화장을 한 나’임을 깨달아서다. 눈화장이 나를 궁극의 미녀로 만들지도 않는데 내가 왜 힘들고 귀찮게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싶었다. 나의 동양적인 눈매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_<심플 메이크업> 중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은 유치원에서 모두 쌓은 것 같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지킬 수 없는 이유는 더 자극적인 일에 신경이 쏠려서다. 혼자 살면 스스로를 더욱 더 잘 챙겨야 한다. 사실 다 큰 성인을 애초에 누군가가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광이 아닐까. 함께 살아도 혼자 살아도 내 몸은 내가 돌보는 게 당연하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가 지났다. 이제 그럴 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사는 것에 집중한다. _<1인 가구의 사소한 건강법> 중
집 곳곳의 여백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생각이 정지된 기분을 느낀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명상이라면 나는 분명히 예전보다 명상에 자주 잠긴다. 순백의 도화지 같은 벽을 보고 있으면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무언가를 생각하는 나에게 가끔 찾아오는 그런 쉼표가 고맙다. _<여백이 많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 중
남과 자신으로부터 거절하지 못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지내는 것은 거절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해서고, 내가 떠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생은 힘들고 나만 피해자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 그러니까 제발 사소한 물건부터라도 “아니오, 괜찮습니다. 고맙지만 저는 필요 없어서요”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말 중 아무것이나 입에 감기는 대로 골라서 일단 한번 내뱉어본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한 뒤에야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_<기념 수건 받지 않기> 중